SBS ‘자기야- 백년손님’에 출연한 김원희(위)와 ‘불타는 청춘’의 강수지. 방송 화면 캡처

KBS와 SBS에 이어 MBC에도 없다. 오로지 ‘남자천하’다. 29일 방송될 ‘2016 MBC 연예대상’ 시상식마저 대상 후보자들은 모두 남자다.

마치 지상파 방송 3사가 모의라도 한 것처럼. 벌써 몇 년째 지상파 방송의 ‘연예대상’ 시상식에는 여자 대상 후보가 사라지고 없다.

25일 방송된 SBS 연예대상은 그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대상 후보로 지명해도 충분해 보이는 김원희와 강수지가 후보 명단에 없었다. 무려 7년 동안 ‘자기야-백년손님’의 터줏대감으로 군림한 김원희와 ‘불타는 청춘’을 인기 프로그램으로 만든 주역 강수지의 탈락이 영 마땅찮다. 그렇다면 이날 대상 후보로 오른 유재석 신동엽 김병만 김국진 김구라 등 5명이 누가 봐도 손색없는 ‘후보감’일까.

이미 지난 7월에 폐지된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와 고작 3회차 방송한 ‘본격연예 한밤’의 진행자 김구라가 대상 후보가 된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 항간에는 “그렇게 대상 후보가 없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이날 시상식을 진행한 이경규는 “김구라를 후보로 넣은 건 (SBS가)시청률을 노린 것”이라고 농담까지 했으니까. 차라리 김원희에게 한 표를 주는 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괜한 게 아니다. 남서방과 동행한 후포리에서 밭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마라도에선 해녀들이 하는 ‘물질’에 40kg의 톳을 나르는 극한체험도 했다. 또 뛰어난 입담으로 여자 연예인으로서는 거의 독보적인 예능 프로그램의 단독 MC 자리를 꿰찼다. 돋보이지 않을 수 없다.

김원희는 매년 대상 후보로 지목되는 유재석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자기야’는 시청률에서 ‘런닝맨’(5%대)보다 높은 7~8%대를 찍고 있고, 최근 몇 년간 꾸준한 시청률을 유지하면서 광고 판매율도 높은 편이다. 이래저래 SBS 예능국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자기야’의 승승장구에도 불구하고 김원희는 올해 ‘연예대상’의 그 어떤 부문에서도 이름이 호명되지 않았다.

강수지도 대상 후보의 자격은 충분했다. 지난해 봄부터 가수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불타는 청춘’에 합류해 예능 기질을 보여줬다. 같은 원년 멤버인 김국진과의 사랑이 꽃피면서 ‘불타는 청춘’의 인기에 군불을 지폈다. 그런데 SBS는 김국진만을 대상 후보에 올렸다. 오직 개그맨 출신이라는 사실이 대상으로 가는 길을 열어준 것일까.

강수지가 김국진보다 노동의 강도나 웃음의 기여도가 적었던 것도 아니다. 언제나 제 손으로 음식을 한 상 거하게 차려내 식구들을 먹이던 이는 강수지였다. 심지어 그 음식을 차리려고 장까지 봐오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다른 출연자보다 노동이 들어가면 더 들어갔지 덜 들어가지 않았다는 소리다. 또 김국진과의 알콩달콩한 사랑을 그리며 시청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선사했다. 90년대 톱스타 강수지에서, 딸을 가진 엄마의 모습을 가감 없이 TV 속에 풀어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거다. 자신의 이혼과 어머니의 치매, 딸과의 일상 그리고 김국진과의 연애 등을 ‘불타는 청춘’을 통해 다 쏟아냈다. 그런데도 강수지는 김국진보다 한 단계 낮은 ‘버라이어티 부문’에서 최우수상 후보에 올랐을 뿐이다. 그마저도 받지 못했지만.

‘연예대상’은 유독 여자 연예인들에게 인색한 느낌이다. 지금까지 개최된 지상파 방송 3사의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여자 연예인이 대상을 받은 건 딱 한 번씩뿐이다. KBS는 ‘연예대상’의 전신인 ‘코미디대상’에서 김미화(1990)가 대상을 받았고, MBC에선 박경림(2001)이 수상했으며, SBS에선 이효리(2009)가 유재석과 공동수상을 했다. 그 외에는 여자 연예인들의 대상 수상 아니, 후보에 오르는 것조차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언제쯤 여자 대상 후보들을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