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방송사 연예·연기대상에서는 중복 시상, 공동 수상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되풀이됐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열린 2015 SBS 연예대상 시상식 모습. 유재석(왼쪽)과 김병만이 공동으로 대상을 받았다. [사진 SBS]

이 정도면 ‘짜증유발자’다. 방송사의 연례 행사인 연말 시상식이 중복 시상·공동 수상·출석 시상 등 고질적 문제점을 여지없이 반복했다. 방송사들은 10% 넘는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로 눈길끌기에 성공했다고 자화자찬이지만, 매년 말 전파낭비가 따로 없는 지루한 ‘방송사 집안잔치’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2015년 지상파 방송 3사의 연예·연기대상의 결과를 또 다른 시상 형식으로 정리했다.

[TV를 부탁해]
6개 시상식 중 절반이 4시간 넘겨
베스트챌린지상 등 모호한 경우도

▶상 참 많다 상=훈훈한 세밑 분위기를 만들려는 듯 시상식마다 상 풍년이었다. 그중 최고는 MBC 연예대상. 상 종류가 33개나 됐다. SBS(25개)·KBS(24개)도 만만찮다. 연기대상은 KBS 24개, MBC 21개, SBS 18개에 달했다. 이렇게 상이 많은 비결 중 하나는 ‘쪼개기’. 출연자 ‘챙겨주기’라는 시상 목표 때문이다. KBS는 드라마를 일일·미니·중편·장편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우수·최우수 연기상을 시상해, 이에 대한 진행자의 설명까지 곁들여야 했다. MBC와 SBS는 각각 미니·연속극·특별기획, 장편·중편·미니 등 3개 부문이다. 연예대상도 코미디, 버라이어티, 뮤직·토크쇼 등으로 부문을 나눴다.

▶이런 상도 있다 상=상이 하도 많으니 무슨 상인지 정체가 모호한 경우도 적지 않다. 베스트 커플상·인기상·10대 스타상·네티즌상 등은 그래도 낫다. SBS 연예대상의 베스트챌린지상과 베스트엔터테이너상, KBS 연예대상의 최고엔터테이너상은 이름만 봐서는 우수상·최우수상·대상 등과 어떻게 다른지 도통 짐작이 안 간다. KBS에는 심지어 올해 신설된 ‘핫이슈연예인상’도 있다. 참고로 수상자는 정형돈과 추성훈이다.

 ▶트로피 하나는 섭섭해 상=대세 연예인이라면 한 시상식에서 서너 차례 수상은 기본이었다. 다관왕들이 쏟아졌다. MBC 연기대상의 대상 수상자인 ‘킬미, 힐미’의 지성은 네티즌이 뽑은 베스트 커플상, 10대 스타상, 최우수 연기상(미니시리즈 부문) 등 4관왕에 올랐다. ‘그녀는 예뻤다’ 등의 황정음과 박서준 역시 4관왕. ‘용팔이’의 주원도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 중국 네티즌 인기상, 10대 스타상, 베스트 커플상 등 4관왕이 됐다. KBS 연기대상에서 ‘프로듀사’의 김수현이 대상을 포함 3관왕에 그친 게 의아할 정도다.

▶단독 수상이 웬 말이냐 상=한 명이 여러 상을 받는 마당에 한 상을 여러 명이 받지 말라는 법도 없다. 각 시상식의 최고 영예인 대상마저 공동 수상자가 이어졌다. KBS 연기대상은 김수현과 고두심이, SBS 연예대상은 유재석과 김병만이 나란히 받았다. 수상자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는 싶지만, 찜찜함은 남는다. 진행자가 ‘공동 수상은 없다’고 공언해놓고도, 공동 수상자를 발표한 시상식도 있었을 정도다.

 ▶진행자도 상 탄다 상=한창 보고 싶은 젊은 스타들이 MC로 나선 건 좋았다. 헌데 수상, 특히 반복 수상은 겸연쩍었다. KBS 연기대상은 세 MC 중 김소현, 박보검에게 각각 3관왕(여자 신인연기상·베스트 커플상·네티즌상), 2관왕(남자 조연상·인기상)의 영예를 안겼다. 물론 박보검의 수상작은 출세작 ‘응답하라 1988’(tvN) 아닌 ‘너를 기억해’(KBS2)다. MBC 연예대상은 김구라(대상)를 비롯, 세 MC 모두 수상자가 됐다. 진행자의 수상은 SBS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상식 참 길다 상=방송 3사의 연말 시상식은 방송 시간으로는 미국 아카데미상을 능가했다. 아카데미상 최근 10년 간 평균 방송시간은 3시간30분가량. 반면 지상파 6개 시상식 중 셋이 4시간을 넘겼다. 볼거리가 많았으면 몰라도 진행자 멘트 위주의 시간 늘이기가 지루함을 더했다. 가장 길었던 것은 설날 새벽 1시까지 이어진 SBS 연기대상(4시간13분). 반면 시청률은 방송시간이 가장 짧았던(각 3시간40분 내외) MBC가 연기대상(2부 14.7%), 연예대상(2부 13.5%) 모두 제일 높았다. MBC는 수상소감 시간 제한 등이 그마나 신선했다.

▶왜 없을까 상=2015년 나름 인상적인 활동을 펼쳤는데도 수상자 명단에서 빠진 이들이 있다. 일례로 2015년 지상파 드라마 중에도 화제작이 많았던 SBS 연기대상에서는 ‘미세스 캅’의 김희애, ‘가면’의 수애 등이 사라졌다. 이런 이들은 ‘공교롭게도’ 대부분 시상식에 불참했다. 시청자의 기대치와 다르기로는 백종원이 으뜸일 듯.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SBS ‘백종원의 3대천왕’ 등 쿡방의 선두주자로 활약했지만 어떤 연예대상에서도 상을 받지 못했다. 그 역시 시상식에 불참했다.